복지 사각지대
당근에서 울린 한 통의 메시지, 그리고 삶의 반전
저번 주 목요일 저녁, 혼자 먹다 남은 쌀이 너무 많아 혹시 벌레라도 생길까 걱정되어 당근마켓에 올렸습니다.
뜻밖에도 곧바로 알림이 울렸고, 10kg짜리 쌀 한 포대는 금세 팔렸습니다.
잠시 후 또 다른 알림이 왔습니다.
“방금 팔렸는데요…”라고 답하자 돌아온 메시지는 뜻밖이었습니다.
“혹시 남은 쌀 중에 벌레 먹은 거나 썩은 쌀이라도 있나요? 돈은 없고, 대신 물건으로 드릴게요...”
그 이유를 묻자, 조심스럽게 사연을 털어놓았습니다.
58세 남성. 배달 일을 하다 목과 허리 디스크로 1년 넘게 일을 쉬었고,
고혈압과 당뇨가 있지만 병원조차 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원룸에 살며 집세와 공과금은 1년째 밀렸고, 당근마켓에 물건을 하나씩 팔아가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모두 팔고 나면, 그때 죽으려 합니다.”
너무 충격이었습니다.
“오늘도 아무것도 못 드셨어요?”
“예.”
마침 끓여둔 미역국이 있어 지금 당장 오시라 했습니다.
냉장고를 뒤져 미나리나물과 가지나물을 하고, 애호박전을 부치는데 금새 도착했습니다.
캡모자를 눌러 쓴 중키의 검게 탄 얼굴의 남성이 조심스레 문 앞에 서 있었습니다.
식탁에 앉혀 밥,미역국, 김치, 열무 물김치,미나리나물과 가지나물, 방풍나물, 애호박전을 드렸습니다.
정말 맛있게 드셨고, 밥 한 공기를 더 드렸습니다.
식사 중 이야기는 더욱 가슴 아팠습니다.
결혼도 하지 않았고, 이복누나뿐인데 연락이 끊겼으며, 어금니는 틀니라 씹는 것도 어렵다고 했습니다.
또 빚이 있어 파산면책하려고 가 봤더니 몇 백만원 든다고 해서 포기했습니다. 라고 하더군요.
파산면책은 법원 앞의 무료 법률 상담소에 가면 무료지원 된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 제도는 알아보셨어요?”
“동사무소에 한 번 갔지만 진단서 제출 등 준비할 게 많다더군요.
병원도 여러 번 가야 한다는데... 의료보험비도 밀려 병원비도 비싸고 돈이 없어 포기했어요.”
저는 긴급 생계지원 제도를 설명하며 함께 신청하러 가자고 약속했습니다.
그는 이런 제도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했습니다.
갈때 쌀과 간식 그리고 새로 한 밥과 반찬 몇가지와 김치등을 반찬통에 담아
디스크라 무거운 짐이 무리일 것 같아 시장보는 캐리어에 실어 보냈습니다.
그날 밤,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챗GPT에 복지 제도를 검색했고, 자세하고 실용적인 설명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동사무소에 전화했지만 신원조회 없이는 상담이 어렵다고 했고,
129콜센터는 구청으로 문의하라 했습니다.
구청 복지과에서는 친절하게 상담해 주었고, 신청 가능하다는 말에 희망이 보였습니다.
그날 오후, 병원 들렀다 돌아오는 길에 그를 만나 동사무소로 함께 갔습니다.
처음엔 저 혼자 들어가 문의하니 본인이 와야 해서 함께 상담을 했는데
컴으로 여러가지 조사 해 보더니 난관이 있다는 듯해서,
구청에서 동사무소에서 안되면 구청으로 오라고 했다고 하였고
담당직원에게 "이런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척하면 내가 죄인이 될 것 같아서 그래요." 하면서
어떻게든 되도록 해 달라고 하니 태도를 바꾸어 신청을 접수해 주었습니다.
동사무소를 나와 동사무소 바로 근처에 있는 그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2층 원룸의 문을 열자 퀘퀘한 냄새, 어두운 방, 벗겨진 낡은 전기장판이 방바닥에 깔려 있었습니다.
오래 머무를 수 없어 함께 내려와 “집에 남은 장판 하나 있는데 드릴게요” 하자,
그는 “당근 나눔으로 해결하겠다”고 했습니다.
돈이 겨우 몇 백원 뿐이라 해서 돈을 조금 주고 왔습니다.
며칠 뒤, 쌀과 라면등 먹을것 을 다시 전해주면서 돈을 조금 주었고,
나와서 점심을 함께 먹고 채소와 생선 등을 장 봐 주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복지관에 문의하며 이분 전번 가르쳐 드렸는데 담당자들이 그를 방문했고,
지원품이 생기면 전달하겠다는 답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동사무소 직원은 며칠 내 긴급지원금이 나올 예정이라고 전했다고 합니다.
이 일이 남긴 것
이 경험을 통해 저는 깊은 놀라움과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복지 제도가 있어도 실제로는 진입 장벽이 있었습니다.
병원 진단서가 필요하지만, 병원비조차 없는 사람에겐 그것이 걸림돌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안전망은 존재하지만, 가장 절실한 사람들에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입니다.
상담직원이 좀더 구체적 상담을 통해 실제적 혜택이 가능하도록 연결되어야 함을 알았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손을 내밀면, 누군가의 인생이 다시 시작될 수 있습니다.
✅ 복지 정보 링크 (공식 사이트)
-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제도 안내
👉 복지로 -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 긴급복지지원제도 :실직이나 병으로 인해 긴급생활비가 필요할때
👉 복지로 - 긴급복지지원제도 - 보건복지 상담센터 (129)
👉 보건복지 상담센터 129 소개 - 지역 복지서비스 한눈에 보기
👉 복지로 - 서비스찾기 - 무료법률상담소(파산 면책)
우리나라는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아는 만큼 찾아 혜택을 볼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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