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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이야기

주민교회에서 시작해서 주민교회로 끝난 이재명의 대장정

by Lina77 2025. 6. 6.

 칼럼   김기대 목사님

 

주민교회에서 시작해서 주민교회로 끝난 이재명의 대장정- 잘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번 총선 대장정은 극적인 원형구조를 갖는다. 그의 후보 수락 연설은 "성남주민교회"라는 낯설지만 낯익은 이름으로 시작되었고, 선거운동의 마지막 날 역시 그 교회를 다시 찾으며 마무리되었다. 단순한 시작과 끝의 반복이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된 하나의 내러티브 완결이었다. 누가 기획했는지 모르겠지만, 전략적으로 탁월했고, 정서적으로도 깊은 울림을 남겼다.

성남주민교회는 한국 현대사 속의 중요한 자취를 남긴 교회다. 1970년대, 국가 폭력과 억압이 일상이던 시절, 성남이라는 도시 변두리에서 시작된 이 교회는 단순한 종교 기관이 아니었다. 빈민운동, 노동운동, 민주화운동의 거점이었고, 교회 안에는 법률 상담소와 무료 진료소, 야학이 함께 있었다. 그곳은 믿음의 이름으로 사회적 약자를 조직하고, 연대하며, 함께 살아가는 길을 모색했던 실험장이었다. “주민”이라는 이름이 붙은 교회답게, 권위적이지 않은 공동체의 교회, ‘민중과 함께 걷는’ 교회의 모델이었다.

 

이재명은 바로 이곳에서 청년 시절 법률상담 봉사를 하며, 자신의 정치적 출발점이자 인생의 방향을 정했다. 그가 성남주민교회를 선거 전략의 출발점과 종착점으로 삼은 것은 단순한 추억팔이가 아니다. 이 선택은,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과 원점이 무엇인지를 다시 묻고, 유권자들에게 그 답을 보여주는 장치였다. 그리고 동시에, 한국 사회에서 오랜 시간 왜곡되고 파괴되어온 ‘기독교’의 이미지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일 경기 성남시 주민교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해학 주민교회 원로목사와 인사하고 있다. 이 목사는 이 후보가 변호사로 활동할 당시 성남시의료원 설립 운동과 관련한 수배령을 피해 주민교회 지하 골방에 숨어 지낼 당시 피신을 허락한 바 있다.
출처 : 아시아 경제
 

오늘날 한국 개신교는 심각한 신뢰 위기 속에 있다. 수구 정치와의 결탁, 혐오 발언과 배타적 구호, 탐욕과 위선이 뒤섞인 채, 무저갱(無底坑)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런데 성남주민교회는 이 흐름과 전혀 다른 전통을 이어온 곳이다. 해방신학의 영향을 받은 민중신학의 실천 현장이었고, 제도 종교가 아니라 신앙의 삶을 살고자 했던 교회였다. 이재명이 자신의 대선 서사를 이 교회에서 시작하고 끝맺은 것은, 이 ‘다른 교회’의 계보에 정치적 가치를 실어준 행위였다. 이는 단지 과거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 진짜 대안의 가능성을 환기시키는 전략적 복기였다.

 

대중 정치는 결국 이야기의 싸움이다. 어떤 이야기를 꺼내고, 누구의 목소리를 담고, 어떤 공간을 배경으로 삼는가가 메시지의 질을 좌우한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의 성남주민교회 서사는 무척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강력했다. 민중 속에서 태동한 정치인의 자부심을 드러내되, 그것을 누군가의 눈물과 기도로 연결지었다. ‘사람을 위한 정치’라는 구호가 허공에 울리지 않도록, 구체적인 장소성과 역사성을 부여한 것이다.

 

물론 한국 유권자 모두가 성남주민교회의 의미를 아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낯선 이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선택은 더욱 가치 있다. 거창한 무대나 화려한 수사 대신, 기억 속에 묻혀 있던 교회의 작은 현관문을 여는 방식으로 유권자 앞에 선 것이다.

 

이재명은 그렇게 한국 개신교의 어두운 그림자 너머, 한 줄기 빛을 꺼내 보였다.

정치가 신앙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신앙의 이름으로 잊혔던 공동체적 정의를 다시 불러낸 것이다.

 

이 전략은 단지 종교적 코드의 활용을 넘어선다. 그것은 ‘자신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만이 구사할 수 있는 이야기 전략이다. 어떤 이들은 그를 선동가라 비판하고, 또 어떤 이들은 그의 과거를 들춰내려 하지만, 정작 그는 한없이 평범하고 작은 교회로 되돌아가 있었다. 그리고 그 교회에서, 조용히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곳에서 배운 대로, 지금도 사람을 위합니다.” 그것은 기획된 이미지였을지 모르지만, 동시에 결코 기획만으로는 만들 수 없는 울림이었다.

 

출처 : NEWS M(https://www.newsm.com)

https://www.newsnjoy.us/news/articleView.html?idxno=25397